달력

07

« 2010/07 »

  •  
  •  
  •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2009/12/17 15:25

[번역] 街 - 거리 堂本剛/ぼくの靴音2009/12/17 15:25




거리 (pp.148~150, 2002)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단장을 하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거리로 나섭니다.
  어제의 피곤함이 조금은 남아있지만, 나가기로 결심한 이상 그냥 있을 수가 없어.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미 두, 세 걸음 집밖으로 나와 있습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고, 오늘의 나를 한층 근사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올려다보면 올려다볼수록 내 자신을 숭고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 신기합니다. 신비한 감각이 전신을 휘감고, 물들어가는 나무들을 곁눈으로 살피면서 씩씩하고 경쾌하게 걷는다.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것 같아. 금방 목적지인 거리, 그러니까, 당신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얼굴은 언제나 변함없이 희미하게 미소 짓고 있습니다.

  또, 당신이 좋아졌습니다.
  아니,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길 수 없습니다. 당신의 매력에. 당신이 너무나도 근사하기 때문에, 나의 가슴 깊은 곳을 꼬옥하고 단단히 죄여옵니다. 허리의 힘이 빠져버릴 정도로. 당신이 눈물을 흘리는 날도, 크게 웃는 날도, 어떤 날이든,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내가 힘없이 웃는 날에는 용기를 줍니다. 내가 살아갈 기력을 잃어가며 어깨를 축 늘어뜨린 날에는 상냥하게 보듬어 줍니다. 당신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내 자신이 좋아집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기분마저 듭니다. 정말이지 무슨 자만심인걸까요.

  저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건 당신 이외에 다른 누구도 없기에, 아주 잠깐 당신을 원망해봅니다. 아, 괴로워. 역시 괴로워. 친한 친구에게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 했을 때의 느낌과 닮아있습니다.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요. 내가 서 있는 곳이 딱 당신의 배 근처일까요. 작은 횡단보도 위. 머리를 깊게 숙입니다. 이런 빤히 보이는 거짓말은 더 이상 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분명, 여기서 조금만 더 나가면 벌을 받게 되겠죠. 그걸로 됐습니다. 오늘까지 당신에게 셀 수 없을 정도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으니까. 앞으로도 당신이 뿜어내는 매력에 몸을 맡기고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 나의 임무겠지요. 당신이 나에게 등 돌리지 않는 이상. 아니 혹시 내게서 등 돌린다고 해도, 오늘의 이 마음은 평생 잊지 못하겠죠. 당신의 그 미소를 잊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겠죠.

  ...라고. 좋아하는 거리, 조용한 카페. 잠깐 쉬려고 아이스밀크초콜릿을 마시고 있으려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자꾸자꾸 넘쳐난다.
  이 거리가 좋아. 뭐라 해도 따스하게 감도는 분위기가 좋아. 고층건물이 적은 탓인가 도쿄인데도 하늘이 넓게 느껴진다. 게다가 인연도 많고. 작은 공원도 있다. 완만한 언덕, 나도 모르게 옆길로 새고 싶은 골목이 많은 것도 마음에 든다. 한가롭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으면 최고. 사람을 조급하게 내모는 듯한 거리가 많은 도쿄이기에 정말 소중한 곳이다.
  그래서 시간이 생기면 절로 발이 향하고 만다. 오늘도 그랬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걷고, 훌쩍 들어간 가게에서 귀여운 스웨트 팬츠(sweat pants)를 사고, 카페에 들어갔다. 왠지 모르게 갑자기, 지금의 좋은 기분을 문장으로 표현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카페의 테이블 위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 평소와 문체가 다른 것은…, 좀 더 공부하고 싶고, 언어를 좀 더 능숙하게 다루고 싶은. 이번에는 소설처럼 이라고 할까, 문학처럼 이라고 할까. 지금까지는 쓴 적 없는 스타일로 해보고 싶어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자, 그럼 계속 써보자….

  이런저런 생각을 늘어놓다보니, 석양의 오렌지가 나를 감싸고 있습니다. 당신이 보내는 답 인걸까요. 그 빛은, 상냥하면서 강하고 조금도 숨김이 없어서, 당신이 “나 또한 같은 마음이야”하고 말하는 것 같아.
  이제 그만 돌아갈게요. 강아지에게 밥을 주러 가야해서 돌아갑니다.
  돌아가는 길, 당신에게 둘러쌓여 호흡합니다. 그랬더니 가슴이 가벼워지고, 또 다시 신비한 느낌. 당신이 소중하기 때문에, 좋아하기 때문에, 당신이 내게 웃어주는 것이 나의 행복임을 느낍니다.
  그럼 안녕히.


뻔뻔한 번역후기

오랜만에 쯔요시군의 에세이를 번역해 봤습니다. 힘들때마다 살짝 걷어보며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힘이 나고, 위로가 됩니다. 이번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거리로 나선 쯔요시군! 평소와는 다른 문체로 자신의 느낌을 표현해 보고 싶다고 했는데.. 정말 한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거리를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표현하는 그 감성이 놀라울 따름이네요.

구름한점 없는 하늘을 보면서 자신을 좀더 소중하게 느낀다거나, 좋아하기때문에 눈에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 해버리고 만다거나, 하는 그런 복잡한 감정들이 그의 글에서 진하게 묻어 나옵니다. 애정이 가득한 시선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나무들을 살피고, 노을을 느끼며 걸었을 쯔요시군을 생각하니 저도 왠지 밖에 나가 걸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 추워서 ;ㅁ;) 쯔요시군이 좋아하는 거리는 어디일까... 아... 그곳에서 쯔요시군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2002년도의 글이니.. 흠..

이번엔 의역이 좀 많았습니다. 원문과 함께 올리니, 이점 양해해주시길 바라며..>_< 번역하는 것 보다 후기 쓰는게 더 힘드네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ㅋㅋㅋ



원본&어휘정리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