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 철학 삶을 만나다

2011/10/12 19:14 폐인의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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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스님이 몽둥이를 들고 제자의 머리 위로 흔들며 말했다. "이 몽둥이가 있다고 해도 너는 맞을 것이고, 이 몽둥이가 없다고 해도 너는 맞을 것이다. 만일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너는 맞을 것이다. 이 몽둥이는 있느냐, 없느냐?"


(...) 이 화두에서 중요한 것은 있음도, 없음도, 그리고 침묵도 아닙니다. 오히려 핵심은 우리가 몽둥이에 집착하느냐, 집착하지 않느냐에 달려 있겠죠. 만약 몽둥이에 집착하지 않는 다면, 다시 말해 우리가 깨달은 자라면, 우리는 "하늘이 푸릅니다"라는 생각지 못한 이 딜레마로부터 가볍게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것입니다.
  몽둥이에 집착했기 때문에, 우리는 몽둥이가 아닌 너무나 많은 소중한 것을 놓치게 됩니다. 하늘도, 구름도, 새소리도 들리거나 보이지 않게 될 테니까요. 마음이 몽둥이만을 담아두려고 하는 것이 바로 몽둥이에 집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속에서 몽둥이를 떠나보내지 않는다면, 우리의 마음은 하늘, 구름, 새소리 등 온갖 존재하는 것을 담아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pp. 229-231




어떤 유명한 현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또 누군가는 이렇게도 말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인간이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전제조건, 바로 '생각'하는 능력. 그렇다면 우리의 '생각'은 어떤 원리로 작동할까. 떠올려보자, 당신은 언제 '생각'하는가? 아니면 당신의 일상 자체가 '생각'의 발현인가? 아마 그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면 상상만으로도 지칠 것이다.

이 책, <철학 삶을 만나다>의 첫 꼭지에서 우리는 어떤 식으로 '생각'하게 되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낯섦'과 마주할 때이다. 항상 '습관'처럼 열고 닫던 문이 어느날 갑자기 열리지않는 순간, 당신은 '생각'할 것이다. '왜 문이 열리지 않지? 고장났나? 그렇다면 왜? 언제?' 아마 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점점 확장되어 갈 터이다. 자, 이제 우리는 언제 우리가 '생각'을 하게되는지 알게되었다. 거꾸로, 언제 '생각'하지 않는지도 알았다. 모든 것이 평소와 다름 없을 때, 의심의 여지가 없을 때 늘 그러하듯 우리는 타성에 젖어 살아간다. 어쩌면 그것이 모든 평범한 이들의 평균적인 삶일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정말로 '당연'한지. 문제의식의 출발, 생각의 출발은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낯섦'과 마주할 때다. 철학은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당연하지 않다는 듯이 처음부터 새롭게 사유한다. 그러한 사유가 있었기에 그동안 철저하게 '신성시' 되었던 '국가'와 '가족'이 지닌 위선에 대한 폭로와 철저한 해부가 가능했다.


<철학 삶을 만나다>는 일종의 '길잡이'다. 공포스러울 정도로 어려운 용어가 난무하는 인문서, 철학서들 사이에서 '생각'하기 전에 질려버리고마는 많은 이들에게 왜 우리의 삶 속에서 철학이 필요한지, 끈기있게 그리고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저자는 늘 인문학이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조금 까칠하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친절하게 말을 걸어온다. 철학은 당신의 삶 속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다고. 그러니 만약 지금, 당신의 삶에서 무언가 '잘못 되었다'고 느낀다면, 그리고 도저히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모르겠다면 일단 당장 이 책을 펼쳐보시라. 구체적인 '해결책'이나 '지침'은 찾을 수 없겠으나 어떤 '실마리'를 발견할 수만 있다면, 당신은 이미 책을 읽기 전의 삶과는 또 다른 삶 앞에 서 있게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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