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 그 남자의 비블리오필리 : 인생의 답을 책에서 구하다
2012/01/04 22:14 폐인의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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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오필리.. 몇 번을 발음해봐도 입안에서 헛도는 느낌이다. 그 왜 죽어도 안외워지는 한문이나 영단어 처럼. '책을 독립된 물건으로서 감상하고 수집하는 취미를 뜻한다'라고 책날개에 친절히 적혀있다. 그래서 나는 지독히도 책을 좋아하는 책벌레의 끈적하고도 광기어린(?) 소름돋는 애증의 현장을 체험하게 되리라 뭐 이렇게 혼자 생각했다. 그런데 뙇!! 그게 아니어쒀!!
허연, 이라는 작가를 시인으로 먼저 알았다. 그의 시집 '나쁜 소년이 서있다'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더랬지. 시라는 것이 다 그렇지만. 특별하지도 않은 단어들로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훅! 하고 한방 날리고는, 씨익 웃더니 됐냐? 이러고 사라지는 쿨한 동네 형 혹은 삼촌 같은 느낌이었다. 인생을 짓누르는 무게, 각박한 현실, 그러나 그것이 일상. 그게 허연 시에 대한 인상이었다.
기사인지, 에세이인지 장르 구분이 모호하지만 어쨌든 허연의 산문집 <그 남자의 비블리오필리>는 허연의 시와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시가 살랑거리는 드레스 같았다면, 그의 산문집은 종아리 통 사이즈까지 철저하게 재단한 몸에 딱 들어맞는 검은 정장 같은 느낌이었다. 초반에 얘기했듯이 이 산문집은 내가 상상하던 매니악한 책 덕후의 어드벤처 따위가 아니었다.(당연하다 내가 이상한거겠지....그렇겠지.....☞☜) 그보다는 온갖 흥미로운 지식과 정보가 가득했다. 예를 들면 '양피지'가 실제 양의 가죽을 벗겨 만든 종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특권층만이 그것들을 향유할 수 있었고 중국에서 식물의 펄프로 만든 종이를 수입하게 되자 그때부터 유럽에서 많은 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으며 그로인해 종교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또, 김영하의 단편집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프랑스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마약 복용 혐의로 재판장에서 했던 말을 인용했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남에게 해를 미치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어요"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빛나는 통찰, 그리고 철저한 현실감각이 돋보이는 허연의 문장들을 읽고있자니, '책에 빠진 날, 세상이 두렵지 않'다던 그의 말이 결코 허풍이 아니었음을 안다. 그러니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할 때, 일상의 피곤함이 턱밑까지 차오를 때' 책을 집어들기를 권한다. 노력해서 몰입하지 않으면 쉽게 자신의 속살을 내보이지 않는 새침하고 도도한 책일수록 더 깊이, 더 은밀하게 나를 파고들어오겠지. 김영민 교수님 가라사대 "책을 읽다가 싫증이 생기면? 계속해서 책을 읽어라!"(<공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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