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르 카르티용]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

2012/01/05 19:50 폐인의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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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이라기 보다는 주절거림에 가깝다. 나는 분명 책을 읽고 있는데 누군가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소리지르고, 한숨짓고, 애걸하고, 화를낸다. 상처 받은 사람. 상처를 준 사람. 떠나는 사람, 뒤에 남겨진 누군가. 그들의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천장이 높은 대합실을 울린다. 스쳐지나가는 낯선 사람들, 내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감정들이 분명 그들 각자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겠지. 떠나간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다 그 자신이 '분실물'이 되어버린 어떤 여자, 자신의 결혼식날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는 신부, 우연히도 같은 날 심장이 터져버린 가엾은 연인들, 소녀를 납치해서 감금한 어떤 남자, 딸의 결혼을 망쳐놓는 뻔뻔한 부모... 하지만 누가 누구인지 나는 알 수가 없어. 그들은 모두 아무렇지않은 얼굴을 하고 내 앞을 스쳐지나고 있거든. 혹여 그들과 옷깃이 스쳤을지도 모르겠다.

반쯤 정신이 나가버린듯한 사람들이 등장해서 내 혼을 쏙 빼놓는다. 페이지를 넘기는내내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가슴 졸이다가 쓰게 웃기도 하고 미간을 좁히기도, 어리둥절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한다. 사랑이 그저 평탄하게 쭉 뻗은 길 위를 내 손 잡아줄 다정한 누군가와 함께 걷기만 해도 될 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또 그만큼 지루해지겠지. 가보지 못한 어느 길목, 모퉁이를 그리워할지도 몰라. '가보지 못'했는데도 말이지.

여기 이 사람들을 좀 봐. 길을 벗어난 사람들. 지루할틈이 없는, 괴팍한 연인들. 어느날 신문에서 제자와 성관계를 맺었다는 교사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아마도 누군가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사를 맹렬히 비난하겠지. 합의에 의한 관계든 아니든. 물론 아니라면 당연히 비난받아야하겠지만 만약 정말로 둘이 사랑했다면? 그래도 비난해야할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사랑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을뿐. 범죄가 아닌 범위 내에서 모든 사랑에 자유를 허하라! 아무도 누군가의 사생활을 비웃을 자격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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