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렝 드 보통] 일의 기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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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배를 관찰하는 사람들은 (...) 좋은 직업의 요건에 관한 관습적인 관념을 뒤집는다는 접에서도 아이 같은 면이 있다. 그들은 늘 어떤 직업의 물질적 혜택보다는 그 일 자체가 주는 재미를 더 높이 평가한다. 특히 선호하는 것은 컨테이너 터미널의 크레인 조종사 자리다. 배와 부두를 굽어볼 수 있는 좋은 자리에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열차의 유압식 문이 여닫히는 '쉬익'하는 매혹적인 소리에 반해 기차 운전사가 되기를 갈망하거나, 부풀어오른 봉투에 항공 우편 딱지를 붙이는 만족감 때문에 우체국 운영을 갈망하는 것과 비슷하다.
pp. 30~32 / 화물선 관찰하기

2. 어둠 속에서 물류 단지의 활동을 살펴보는 것은 어린 시절 한밤중에 깨어나 문밖의 발소리나 다른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것과 비슷하다. 문 밖에서는 엄마 아빠가 도자기를 내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가구를 재배치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그때 우리는 집안의 낮의 질서가 밤에 이루어지는 그런 노동에 의해 지탱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p.46 / 물류

3. 이 딸기들은 이제 캘리포니아를 출발하여, 검은색과 황금색이 뒤섞인 하늘에 질산화물 흔적을 남기며 달빛이 비추는 북극권으로 가로 질러 날아왔다. 지구의 기울어 있는 축 때문에 고객이 음식에서 만족을 느끼는 일이 지연되는 사태를 슈퍼마켓은 앞으로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pp.48~49 / 물류

4. 딸기를 따는 순간부터 잿빛 곰팡이의 공격에 굴복하기 시작하는 순간까지 여유는 96시간 뿐이다. 그래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어른이 이 부드럽고 통통한 과일의 엄중한 요구에 굴복하여 어쩔 수 없이 게으름을 떨쳐내고, 창고들 사이에 화물 받침대를 깔아 놓거나 우르릉 거리는 디젤 트럭 안에 앉아 기다린다.
p.49 / 물류

5. 잉글랜드의 시골 한가운데 있는 선반에 오스트레일리아의 남극빙어, 멕시코의 빨간 바위 갯가재, 뉴질랜드의 호키, 에콰도르의 마히마히, 코스타리카의 아귀가 쌓여 있는 것이다. (...) 이 생물들의 표정을 보다보면 일상의 관심사들은 까맣게 잊은 채 인간이 독특한 존재들과 이 행성을 공동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은 단지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잔뼈가 없다는 죄 때문에 목숨을 잃고 동긇게 잘린 레몬 밑에 눕는 벌을 받고야 말았다.
p.52 / 물류

6. 아이들 책에 등장하는 어른들이 지역 영업 관리사나 건물 서비스 엔지니어인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은 분명히 의미심장하다. (...) 선천적으로 균형과 비례를 의식하는 피조물인 우리는 '스위트 비스킷 브랜드 코디네이터'같은 직책에는 뭔가 뒤틀린 것이 있다고 여기며, 빌프레도 파레토의 주장이 아무리 논리적이고 명민하다 해도, 아직 아무도 설득력 있는 이름을 붙이지 못한 다른 원리가 무시되고 더 섬세한 인간 법칙이 침해를 받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p.88 / 비스킷 공장

7. 진짜 문제는 비스킷을 굽는 것이 의미 있느냐가 아니라, 그 일이 5천명의 삶과 6개 제조 현장으로 계속 확장되고 분화된 뒤에도 여전히 의미있게 여겨지느냐 하는 것이다. (...) 그 몇몇의 일꾼이 자신이 작업시간에 한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상상하는 순간에만 의미있게 보일 수도 있다.
p.88 / 비스킷 공장

8. 고상한 나라들은 국민이 굶주리게 놔두는 반면, 자기중심적이고 유치한 나라들은 도넛과 6천 가지 종류의 아이스크림 덕분에 산과병동과 두개골 스캐닝 기계에 투자할 자원을 갖추고 있다.
p.112 / 비스킷 공장

9. 기원전 4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만족과 보수를 받는 자리는 구조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으며 이런 태도는 그 이후 2천년 이상 지속되었다.
p.116 / 직업 상담

10. 시먼스는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동기부여와 인격>에서 한 말을 좋아하며, 변기 위에 써 붙여 놓기까지 했다.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그것은 보기 드물고 얻기 힘든 심리학적 성과이다."
p.125 / 직업 상담

11. 불꽃 과학자는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담담해 보였다. (...) 그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맹렬한 힘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일을 맡은 과학자의 규율이 잡혀있는 침착한 권위였다. (...) 현대의 전능함은 이토록 고요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p.166 / 로켓 과학

12. 나는 예기치 않게 우울한 기분에 젖어들었다. 아리안 론처 발사의 배경을 이루는 성취들 가운데 실제로 우리의 일상적 경험으로까지 분명하게 흘러들어 올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며, 따라서 삶의 많은 부분은 지금까지 늘 그래왔던 것 처럼, 내면의 혹독함, 중력, 우울에 계속 시달리며 이어져나갈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사실 동굴에 살던 우리 조상들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 몸은 쇠야해질 것이고, 우리의 계획은 뜻한 바대로 이루어 지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잔인성, 욕정, 어리석음에 시달릴 것이다. 위대한 기계들이 보여준 속도, 우아함, 위엄, 지능과 연결을 회복할만한 처지에 놓이는 일은 아주 드물 것이다.
p.185 / 로켓 과학

13. "물을 본 적 있어요? 테일러가 묻는다. "제대로 본 적이 있느냐는 거죠?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처럼."
p.214 / 그림

14. 그는 용수철로 분리된 무거운 추 두개로 이루어진 튜브를 만드는 데 10년 세월과 더불어-그의 동료들이 나중에 추측한 바에 따르면-그의 멀쩡한 정신을 바쳐다. (...) 인간이 이룬 혁신 가운데 엄청난 희생과 재주를 요구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p.224 / 송전 공학

15. 네널란드의 책 <네덜란드 풍경에서 전기 철탑의 아름다움>
p.236 / 송전 공학 -풍차

16. 세 번째 기사는 테니스 코치와 열 세살짜리 제자 사이의 연애를 시시콜콜 까발린다. 발광과 파국에 이른 것이 분명한 이야기들은 역설적으로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런 것들과 비교할 때 우리는 제정신이고 복을 받았다고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p.265 / 회계

17. 창업자 정신은 현대의 질서는 가능한 것들만 보여주는 믿을 수 없고 겁쟁이 같은 지표라는 믿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관행이나 제품이 없다는 것이 창업자들에게는 옳게 보이지 않고 불가피한 상태로 보이지도 않는다. 단지 집단적 순응의 결과로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증거일 뿐이다. 그러나 창업자들이 처한 환경은  까다로운 재정적, 법적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다른 인간들이 실제로 무얼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것을 요구한다. 상상력과 현실적 태도 사이에서 절묘하게 그 어려운 균형을 잡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p.310 / 창업자 정신

18. 내 뒤로 몇 줄 지난 곳에 머리 위에서 비상 산소마스크들이 내려와 있는 것이 보였다. 마스크들은 그것이 연상시키는 어떤 끔찍한 사고, 엔진에 불이 나고 문 주위에 비상 탈출 미끄럼대가 부풀어 오르고, 여자들은 정신이 없어 하이힐을 벗는 것도 잊어버린 상황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잡고 있던 용수철 버팀대가 서서히 부식되는 바람에 아래로 늘어진 것이었다. 어쩌면 우리도 이렇게, 특별한 드라마 없이, 방연모를 쓴 소방관이나 활주로의 거품 없이, 집단사고라는 위안과 아나운서의 동정어린 논평없이, 분해라는 무미건조하고 느린 과정을 통하여 죽어갈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인지도 모른다.
p.363 / 항공 산업

19. 사실, 그가 지금 그에게 남아 있는 만 개의 하루를 하나 하나 헤쳐나가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 오헤어 공항의 혼잡이나 멕시코 만 상공의 악천후에 대처할 때 매일 조금씩 느끼는 불안이 언젠가는 임계질량에 이르러 피닉스의 한 교외 진입로에서 갑자기 가슴을 옥죄어 올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짐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p.364

20. 우리의 일은 적어도 우리가 거기에 정신을 팔게는 해 줄 것이다. 완벽에 대한 희망을 투자할 수 있는 완벽한 거품은 제공해 주었을 것이다. 우리의 가 없는 불안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성취가 가능한 몇 가지 목표로 집중시켜 줄 것이다. 우리에게 뭔가를 정복했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품위있는 피로를 안겨 줄 것이다. 식탁에 먹을 것을 올려놓아줄 것이다. 더 큰 괴로움에서 벗어나 있게 해 줄 것이다.
p.368 / 항공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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