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의 강패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언뜻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이 떠올랐다. 죽여야 하는 박사장을 살려주는 강패의 모습에서 선우의 모습이 겹쳤기 때문이다. 강패는 영화배우 수타와 미나를 만나면서 조금 씩 변해간다. 그리고 회장이 지시한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 왜 그랬을까. 예전 같았으면 회장이 말로 하지 않아도 ‘눈빛만 보고’ 알아서 모든 일을 처리하던 그가 어째서 박사장을 죽이지 ‘못했을까’ 강패는 한 때 배우가 되고자 하는 로망이 있던 건달이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남자가 아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늘 하던 일이니까’ 그리고 어쩌다 보니 이런 인생을 살고 있을 뿐이다. 그런 강패가 자신이 진짜 하고 싶던일. 그러니까 어쩌다 보니 굴러들어온 세계가 아닌, 진짜 자신이 속하고자 하는 세계와 만나면서 혼란을 겪는다. 그러니까 강패는 회장을 ‘배신’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본능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세계와 친화되기를 원했던 것이 아닐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 ‘달콤한 인생’의 선우도 스스로 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른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평소의 자신과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그 여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보스의 명령대로 행동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강패 또한 그랬을 것이다. 죽일 필요는 없다. 다만 없는 사람처럼 살아주기 만 하면 된다. 라고. 그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세계는 그들이 속하고자 했던 세계보다 몇배는 더 냉정하고 잔혹했다. 그들이 생각했던 ‘합리적인 선택’은 그들 세계에선 결국 ‘배신’과 같은 뜻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강패는, (그리고 선우는) 어긋나기 시작한 부분에서 후회하거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 따윈 없다. 영화 '달콤한 인생'의 카피처럼 '끝까지 폼나게 간다' 그것이 마초이즘이든, 폭력성이나 잔인성이든, 그런 것들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화적 '매력'이다.
마지막 씬에서 거의 공포스러울 정도의 카리스마를 보여준 소지섭의 연기는 정말 말그대로 소름이 끼쳤다. 스크린을 장악하는 존재감. 배우 소지섭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뭐, 내가 특별히 소지섭씨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흐흐. 영화는 담백하면서도 단순하다. 그렇다고 가볍지만은 않다. 폼을 잡지도, 뭔가를 바꾸려고도 하지 않는다. 다만 여기 이런 이야기가 있으니 봐라는 식이다. 그리고 보여준다. 뭘 느끼길 바라는지. 그리고 영화는 영화다 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재밌었고, 영화자체에 몰입할 수 있었고, 배우 소지섭의 간지나는 흡연씬의 은혜를(물론 팬일 경우에만 해당. 흐흐) 듬뿍 받을 수 있었다. 아, 너무 강패에 대한 얘기만 한 것 같은데. 강지환이 맡은 '수타'라는 역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영화 '라디오 스타'의 박중훈 같은 캐릭터 인데 '폭력'이 더 해진 캐릭터 랄...까. 흐흐.
느와르, 남좌냄새 나는 영화, 피튀기는 영화, 촘 심각한데 나름 웃기는 영화 좋아한다면 강력히 추천. 리뷰가 너무 쓸데없어서(그리고 시원찮아서. 흐흐) 괜찮은 리뷰 트랙백 해놔야겠다.
+ 덧
이 영화에서 '봉감독'역을 맡은 고창석이라는 배우가 '바르게 살자'에서 나왔던 분이었다!!!! 설마설마했는데. 어째 살이 더 많이 찌신것 같다. 큭큭큭 게다가 수염까지 길러서 더 나이들어 보여.ㅠㅠㅠㅠㅠ '바르게 살자'에서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진촤 너무 웃기셨는데. 아무튼 반갑다는;;;;
+ 덧2
너무 지섭님(...) 찬양만 해댄 것 같아서 좀 찔리는데, 갑자기 엔딩컷이 생각나서 쓴다. 공포에 떨고있는 수타를 보면서 강패는 미묘한 웃음을 짓는데, 그 모습이 마치 "그럼 넌 깡패가 뭔줄 알았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깡패가, 건달이, 뭐 대단한 줄로 알았냐고, 미묘하게 현실적인 느낌이 나는 장면이었다.